히스테리와 그 것을 겪는 사람.
혼인신고를 하긴 했다. 6개월도 훨씬 지나서.
그리고 우리는 어제밤부터 지금까지 다투어서 무척 힘들어진 상태이다.
혼인신고를 한 이후에 첫번째 다툼이다.
혼인신고를 하기 전부터 따지면... 모르겠다. 몇번째인지.
뛰쳐나가고 못살겠다고 말한 것이 100번은 된다고 말해주긴 했고, 사실도 수십 번은 될터이니 과장만은 아니다.
백번 양보해서 마치 내가 모든 것을 잘못한 사람인 양 몰아붙인다 해도, 어차피 사과는 나의 몫이다.
그러나 미안하다고 말할 때마다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항상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쉽게 수긍해주지는 못하겠다는 것이다.
어렵게 마음먹고 막상 사과하고 품어주겠다고 다가갈때마다 이때다 싶어 온갖 비난을 퍼붓는다.
"미안하다는 말 따위 하지도 마라. 정말 미안하다면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너는 이미 모든 것을 놓쳐버렸다. 니가 제정신이었다면 이렇게 미안할 짓을 다시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못해. 더는 못하겠어..."
이 레퍼토리이다. 단 한번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사과하지 않고 (사실은 내가 모든 것을 잘못한 적은 없다. 유치하다. 어린 애처럼 누가 잘못했니 마니를 계속 반복해야 함이 피곤하다. 그렇지만 진실로 나는 관계 개선을 위해 사과하는 경우가 많다. 다투기 싫어서이다.)
정확하게 잘잘못을 따지거나 얘기하다 보면 "따박따박 따지는 너를 보니 피곤해서 못살겠다. 내가 너랑 못살겠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렇게 얘기하고는 뛰쳐 나가는 것이 또 레퍼토리이다.
어제 일을 말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토요일도 일을 하고 나서 피곤하다고 말했고, 돈 몇푼 때문에 이러고 다닌다고 자조 섞인 푸념이 일단은 그 시작이 되겠다.
저녁 식사를 한 것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둘다 피곤해서 식사 후 식탁을 정리하지 못하고 잠들었다. 사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늘 내가 뒷정리와 설겆이를 했기 때문이다.(도맡았다고 표현할 수 잇는 것은 최근의 일이기는 하다. 그전에는 열번에,,,아니 열번까지 집에서 밥을 먹었는지 잘 모르겠으니,,, 다섯번에 서너번은 내가 해왔다. 어쨌든....)
부엌 불을 끄고 오라고 잠결에 내게 얘기하기에 12시가 되어서 겨우 눈을 뜨고 나가보니 불을 끄는 것보다 식탁을 치우는게 우선이겠다 싶어,
그것을 정리한다고 약간 들그덕 거리는데 갑자기 일어나서 짜증을 부리며 그걸 꼭 지금 해야겠냐? 라고 날린다.
나는 이 사람과 결혼하고 지금껏 지내면서 깨달은 것이 있는데...
우리가 다투지 않으려면 무조건 내가 참아야 한다는 것이다. 짜증과 히스테리를 부리는 그 순간순간을 결코 영향을 받지 않고 그냥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제는 너무 황당해서 차마 참지를 못했다. 마음이 움직이고 만 것이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누구든 해야 할거 아냐.'
그랬더니 곧바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낸다. 나도 지지 않았다. '또 자기 멋대로군. 으휴' 그렇게 얘기했다.
일어나서 기름때 찌든 프라이팬을 그나마 소리나지 않게 밀가루를 뿌려 살살 밀고 있던 터였는데 그런 소리를 들으니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몰아부치고 지랄을 부릴 때,,, 내가 참을 수 있었어야 했다.
그리고 실제로 참는다고 하지만, 늘 반응하도록 달려드는 사람.
히스테리. 그리고 그것을 겪는 사람.